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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인터뷰

좌절이 있어 도전의 기회가 열린다-추영국 교수(생명과학부,자연과학대학장)
좌절이 있어 도전의 기회가 열린다-추영국 교수(생명과학부,자연과학대학장)
신문방송사2016-03-15

좌절이 있어 도전의 기회가 열린다-추영국 교수(생명과학부, 자연과학대학장)

사제모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우리대학에는 저보다 이 상을 받으실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2번째 사제모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쁩니다.
개인적으로 연구상이나 학술상은 많이 받아봤는데, 이 상은 제자와 스승과의 관계를 고려해 받는 것이 라 교내 그 어떤 상보다도 값지다 생각합니다.특히 수상식 때 학부모님과 함께 수상하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교수님께선 학부생 지도, 논문 게재 등 여러 활동을 하 고 계십니다. 이렇게 활동하실 수 있는 교수님의 원동력 은 무엇인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늘 노력 없는 성공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대학은 의학계열을 제외하면 소위 말하는 일류대가 아닙니다.
따라서 대학 입학 후 학업이든 취업 준비든 타 대학 학생들보다 더 열과 성을 다하여 1학년 때 부터 일찍 준비하라고 합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미래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저 역시 지방대학 출신으로 지금까지 일류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로 인해 교육이나 연구 면에서 우수한 업적을 많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영국 교수

<원대신문>은 교수협의회에서 선정한 제2회 사제모상 수상자 추영국 교수를 만났다.
그의 제자들은 질병관리본부 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대학교 교수 등의 자리에
서 일하고 있다. 추 교수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에는 공로상을 받은 적도
있다. 본지는 지난 8일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질병관리본부 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텍사스 A &M장학생 등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두셨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늘 2년, 5년, 10년 후 내가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인지를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단 목표가 생기면, 1년 계획과 1개월 계획 그리고 주간 계획과 하루 계획을 세우라고 얘기합니다.
목표와 희망을 품고 준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출발부터가 다르거든요. 학생들이 목표설정을 할 때는 심도 있는 상담을 해줍니다. 장래성, 가능성 등에 관해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상담합니다. 일과 후에도 중요한 사항이면 메신저로 자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들의 취업과 관련된 분들과 스킨십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추천하는 지도교수를 믿고 채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학원생들의 취업에는 이것이 크게 작용하죠. 그래서 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큰 학회의 임원을 맡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LINC사업단과 CK-Ⅰ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취업 관련 산업체 인사 초청세미나를 열어 채용과 관련된 핵심 인사를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세미나 후에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식사 대접을 하면서 취업 대상 학생의 장단점에 관해 얘기합니다. 농담으로 만약 채용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재교육시켜 보내드릴 테니 꼭 기회를 달라고 종용하곤 합니다.
지도교수인 제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저를 믿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정진해온 학생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석사과정생을 20년간 약 50여 명 배출했는데 대부분이 직장에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홈커밍데이를 개최해 취업 정보에 관한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누구인가요?

2005년 1월 학부 4학년 때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 대통령상 을 수상한 이대훈 박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있죠. 과거 제대 후 계속 방탕한 생활을 하던 이 군의 마음 을 돌려세우기 위해 5시간 동안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 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나더군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던 이 군이 그날 이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며 연구에 몰두하며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4학년 2학기가 되자 대학원생들에게도 어려운 SCI(국제학술지) 등급지에 제1저자로 총 3편의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해 부모님과 함께 청와대에 가서 상을 받았습니다.
이 군이 3학년일 때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완주로 가정방문을 간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선 동네에 하나뿐인 조그만 세탁소를 운영하고 계시더군요. 제가 사전 약속 없이 방문했더니, 어머님이 잠깐 기다리시라며 저를 세워두시고는 15분 이상을 달려 시원한 박카스 한 병을 사 오셨습니다. 비지땀을 흘리시면서 대훈이를 잘 부탁한다고 제 손을 꼭 잡으시더군요. 그때만큼 굳은 각오를 다져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박카스 한 병이 산삼보다 더 값진 사랑과 믿음의 선물이라 여겨지더군요. 이처럼 학부모, 학생, 지도교수가 함께하니 더욱 탄력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 시간 외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원광대학교 학장협의회 총무 일과 한국연구재단 생명과학단 전문위원 그리고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학술상운위원과 한국당과학회의 부회장 등 맡은 일이 많아 작년부터 지금까지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방학 중에는 시간이 없어 점심으로 컵라면을 많이 먹었어요. 단과대학 건물 바로 앞에 편의점이 생겨 개인적으로 정말 좋습니다. 요즘은 결혼 시즌이라 한주가 멀다하고 주말에 제자들의 주례를 봐주느라 바쁩니다. 아, 짬을 내어 취미생활로 탁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합니다. 한 번은 우리대학 교직원, 학생 모두가 참여한 탁구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교수님께선 우리대학에서 공로상, 학술공로상 등 여러 상을 받으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전라북도지사상, 최우수논문상 등을 받으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상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2013년 5월 15일 학생들의 취업에 큰 도움을 줬다고 수상한 공로상인 것 같습니다. 수상 이유는 제 지도학생인 채정일 박사가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임용되었고, 김지수 박사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정식 연구원으로 임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교내에서 교수에게 주어지는 상은 교육, 연구, 봉사상인데 3개를 다 받은 교수는 제가 처음인 것 같다고요. 사실 저는 상을 받으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그게 다양한 상을 받게 된 이유 같네요.

교수님께서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연구원으로 지내셨습니다.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나요?

  저는 결혼한 지 2달 만에 혼자 일본 동경공대박사과정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제출해야 했는데 뇨혈이 심하여 원서제출을 거부당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 후 책임감이 더해져 하루 4시간씩 잠을 자며 공부했더니 건강에 적신호가 뜬 겁니다. 이때 부모님께서 온갖 보약과 양약을 지어 보내주셔서, 이것을 먹고 간신히 서류제출에 성공하고 시험에 합격했던 게 떠오르네요.
박사과정 때는 일본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제일 먼저 출근했고, 밤 11시 50분 전철을 타고 제일 늦게 퇴근했습니다.노력의 결과인지 박사과정 5인 중 저의 실적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리고 박사학위 취득 후 바로 일본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이화학연구소(RIKEN) 에 정규직으로 임용됐습니다. 그곳은 일본에 있는 세계 최고의 연구소로 졸업생 모두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이죠.
가장 힘들었던 건 귀국 후습니다. 4년간 뒷바라지해 주셨던 아버지께서 제가 귀국하고 몇 개월 후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효도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더군요. 몇 개월 간은 강의 중간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고비가 있었을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된 건 아버지의 위로거든요.

실험실 장면[추영국 교수님과 연구실 학생들]

▲ 실험실 장면[추영국 교수님과 연구실 학생들]

교수님께서 생물학과에 진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못했습니다. 그래서 적성을 살려 문과로 가려고 했죠. 그런데 부모님과 친척분들의 권유로 결국 이과를 가게 됐고, 대학 진학 시 수학을 제일 사용하지 않는 학과, 즉 생물학과를 가게 됐어요.그리고 제 적성을 생물학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언제부터인가 저도 놀랄 만큼 저의 적성이 생물학이 되어 있더군요. 지금은 저에게 적성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생물학이라고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자신의 멘토를 정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목표로 한 곳 또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멘토로 삼는 거죠. 그리고 멘토가 내 나이일 때 어디서, 어떤 일을 했는지 좇는 겁니다. 그리고 만나세요. 개인 연락처는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이메일 주소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곳으로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당신은 제 멘토입니다 라는 말과 더불어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묻거나 조언을 듣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원불교의 김은종 교무님께서 경계에 관한 법문으로 꽃과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는 건 초봄의 거센 바람 때문이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거센 바람은 뿌리를 뻗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멈추기를 바랄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갈등이 있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좌절이 있어 도전의 기회가 열린다고 봅니다. 저는 어떤 일이든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을 찾는 사람과 포기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을 뿐입니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포기하지 않으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단, 충분한 가치가 있고 뜻있는 일이어야 생명력이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2016년 봄을 맞아,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그동안 지레 겁먹고 미뤄뒀던 도전을 시작해 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원대신문 조윤지 기자 duftlal14@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