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우리대학 60주년기념관에서 해설 있는 판소리 다섯 바탕 눈대목공연을 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번 공연에서는 심청가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 , 홍보가의 흥보 박타는 대목, 적벽가의 군사 설움타령 , 춘향가의 사랑가 와 이별가 , 수궁가의 별주부 세상 나가는 대목 을 완창 했어요. 공연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한바탕이 끝날 때마다 이제 곧 끝나간다 고 인내하면서 해나갔어요. 마지막 다섯 번째 바탕을 끝 마쳤을 때 느끼는 짜릿함 때문에 힘들어도 완창에 도전합니다. 또한 공연을 마치면 오히려 포만감도 들어요.(웃음)
최연소 판소리 완창으로 익산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완창 하셨나요?
저는 12살 때 심청가 완창, 14살 때 흥보가 완창, 17살 때 적벽가를 완창했어요. 또20살 때 국립 국악원 우면당에서 다섯 시간에 걸친 춘향가 완창에 성공하며 다섯 바탕 중 네 바탕을 완창 했어요. 완창은 소리를 하는 연희자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감흥 때문에 애호가들 사이에는 인기가 있어요. 완창 이라는 게 쉽게 말하자면 책거리에요. 책 한권을 다 외워서 부르는 것이에요. 요즘은 판소리를 하는 친구들이 완창을 잘하지 않아요. 가사를 다 외워야하고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이 넘게 판소리 한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완창을 하는 사람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고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요. 제가 아직 학생이고 어려서 최연소 완창에 선정될 수 있었어요. 익산의 최고를 뽑는 익산 기네스에 선정되어 무척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판소리 명창가라는 꿈을 갖고 있었나요?
저는 8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어요. 어머니가 국악을 좋아하셨는데 제가 어릴 적 전주에 국악한마당 공연이 많았데요. 저를 데리고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셨는데, 공연을 보고 집에 와서는 제가 판소리를 계속 따라했데요. 제가 목소리도 커서 일찍 판소리를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어머니가 판소리를 못하게 하셨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취미로 배웠으면 해서 가르친 것인데, 계속 판소리를 하니까 그만두게 하신 거죠.
그런데 그날이후부터 제가 다시 판소리를 하고 싶어서 밥도 잘 먹지 않고 먹어도 토하고 그랬어요. 신기하게도 판소리를 다시 시작하니까 밥도 잘 먹고 씩씩하게 예전처럼 밝아졌어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는 그때 이 후로도 종종 말씀하세요. 판소리는 네 목숨과도 같다 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 목숨처럼 여겨요. 앞으로도 판소리를 계속할 거니까요.
평소에 자신만의 관리비법이 따로 있나요?
매일 3시간 정도 연습하고, 주말에는 5시간 정도 연습하고 있어요. 목 관리도 필요하겠지만 저는 목 쓰는 것을 사리기보다는 그냥 자유롭게 놔둬요. 목을 아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이에요. 목뿐만 아니라 체력관리도 중요해요.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도 하고 있어요. 특히 중요한 공연이 있는 날 아침에는 삼겹살을 먹어요. 비계 위주로 먹는데 기름이 목을 감싸줘 부드럽게 해주기때문입니다.
국악의 길로 들어서면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면?
부모님과 스승님들이에요. 부모님께서 많이 바쁘신 와중에도 매번 공연이 있을 때 마다 데려다주세요. 언제나 저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세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제가 판소리를 하게 됐지만 지금은 제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서 기뻐요. 또한 3명의 스승님이 계세요. 제가 8살 때 판소리 첫걸음을 떼게 해주신 임화영 선생님, 완창이라는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고 계시는 선우양, 김영자 선생님이에요.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인 국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이 대중가요를 더 좋아하고 많이 듣잖아요. 물론 제가 대중가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나 대중매체에서 아이돌 가수들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만을 방송하고 있잖아요. 시청자들이그러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관심이 국한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국악인을 발
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국악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또한 국악 자체도 시대에 맞게 변형하고 발전할 필요가 있어요. 판소리에도 퓨전, 타장르와 접목 등 다양한 시도가 행해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공연 외에 활동하고 있는 게 있나요?
사단법인 판소리보존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추임새를 가르치고 있어요. 추임새는 장단을 짚는 고수가 창의 군데군데에서 소리의 끝부분에 창자의 흥을 돋우기 위하여 좋다 좋지 으이 얼씨구 흥 등의 감탄사를 넣어 주는 것을 말해요. 이 탄성은 소리에서 다음 구절을 유발하는 데에도 큰 구실을 하며흥을 북돋아줍니다. 수강하는 일반인들이 재미있어하면서 잘 따라 해주시는 걸보면 제가 절로 힘이나요.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의 최종 목표와 앞으로 계획은?
제 인생의 최종목표는 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되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판소리를 배워나가야 해요. 내년에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해 세계 기네스북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이미 기록을 갖고 있는 분이 9시간 반 정도인데 그걸 뛰어넘어서 10시간 이상 완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다보면 공력이 생기고 경험도 쌓을 수 있어요. 아직 제가 어리니까 더 많이 배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슬럼프가 왔을 때 참고견디며 이겨내 나아갔던 것처럼 인내하면서 꼭 꿈을 이뤄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려요.
국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국악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열명 중에 네명은 그만두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견뎌내고 계속 하다보면 반드시 길이 있어요. 누구는 국악을 계속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하는 뚝심도 있어야 합니다. 국악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김고은 기자
goeunkr@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