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광인터뷰

역사의 대중화에 공헌해 명예 박사 학위 취득 문강 이이화 선생(본교 명예 문학박사)
역사의 대중화에 공헌해 명예 박사 학위 취득 문강 이이화 선생(본교 명예 문학박사)
신문방송사2014-02-20

“민족 문제와 연결된 하나의 고전으로서 역사를 인식해야”

문강 이이화 선생(본교 명예 문학박사)

대학시절 문예창작을 전공, 문학의 길을 걷다가 20대 후반 한국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계신데요.

한국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고교 시절 학생 문단에서 습작으로 수필과 시를 써왔습니다. 그 후에 서라벌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러나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긴 했지만 책을 놓을 수는 없었어요. 길을 가다 버려진 신문이 있으면 주워서 읽고 심지어 음란 잡지들까지도 가져와 읽을 정도로 잡다하게 읽었어요. 또 틈만 나면 도서관으로 향했죠. 우리나라가 분단되고, 이승만 정부의 독재가 시작됐을 때 제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역사책을 집중적으로 읽게 됐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역사 관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에 대해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게 되면서 역사 관련 글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역사를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책에 담아 역사의 대중화에 공헌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역사서를 봐왔습니다. 역사서의 대부분은 한자로 적혀 있는데 저는 어릴 적 한문을 배워 이를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자부터 배워야 책을 독파할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역사서를 집필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기존의 글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단계에서 어려운 글을 부딪히게 되면 누구든지 멀리하게 마련이죠. 그래서 저는 쉽고 흥미로우면서도 독자들을 제가 의도한대로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서술했습니다.

민중들의 생활사와 문화사를 중심에 두는서술 역시 기존의 역사서와 구별됩니다. 이러한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리민족은 외세에 시달리는 역사, 분단의 역사를 경험해 왔습니다. 역사를 다룰 때 이러한 민족적 문제를 소홀히 다룰 수는 없었어요. 통일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국가에서는 민족 문제가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봉건사회는 지배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농민이 수탈당할 수밖에 없는 역사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역사서에 이러한 내용이 서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민중사에 대해 자세히 쓰고자 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한국사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합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며 어떠한 관점으로 한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 하시나요

이에 대해서는 매우 한탄스럽습니다. 조선시대와 같은 과거에 우리나라는 실질적 학문에 소홀했어요. 인문학만을 강조해왔죠. 또한 과거 선비들에게 시는 교양이라고 생각돼왔습니다. 그 당시 시를 지을 줄 모르는 선비는 선비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공리적인 학문은 무시 받아야 했어요. 이것이 바로 그 폐단입니다. 오늘날 젊은세대들은 돈 벌고 출세하기 위한 학문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인문학에는 너무 소홀합니다. 우리의 역사는 다른 민족과 차이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현재 북한과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민족문제와 연결된 하나의 고전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교양 이전에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해요. 우리 민족이 왜 이러한 문제를 겪게 됐는지 역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100여권의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문강 이이화 선생(본교 명예 문학박사)

문강 이이화 선생(본교 명예 문학박사)

과거 난독잡학의 독서 습관이 책을 저술하는데 도움이 되셨는지요?

독서는 문필가에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문학책을 전공서적처럼 많이 읽었습니다. 신문도 역시 매일같이 읽었죠. 많은 독서가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양한 책을 보면 한 가지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광범위한 독서가 다양한 사고를 가능케 하는 것이죠. 현재까지 저는 100여권의 책을 써왔습니다. 그것은 세가지 덕분이었습니다. 첫번째로는 책을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신문화원에서 근무하며 쓰고 싶은 소재가 많았지만 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글을 쓸 시간을 갖기 위해 직장을 나왔습니다. 덕분에 책을 집필하는데 시간을 투자할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책을 쓰는 대로 즉각 발간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출판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책을 썼지만 살아있을 당시에는 발표되지 못했죠. 글이 완성 되는대로 책을 펴낼 수 있는 조건이 많은 저서를 남기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기계의 혜택입니다. 종이에 쓰고 글을 수정할 때는 앞뒤 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발전한 뒤로는 간단해졌습니다. 이 덕분에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각각 무엇인가요

고교 시절 저는 매우 어려운 생활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부를 더 하지 못한 것이못내 아쉽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저술이 어려웠고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1986년에 역사문제연구소가 발족됐습니다. 그 당시에 우리 사회는 근현대사를 무시하고 공부를 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근현대사인 남북문제, 한국전쟁, 동학농민운동 등 전국적인 기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까지 오고있죠.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다음으로는 억울하게 죽은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들을 위한 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지난 2010년에는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이해 친일인명사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항일문제, 동북공정문제, 교과서 문제 등이 나왔을 때 원로 역사학자로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책을 쓰고 역사운동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도 권력도 없었지만 운동을 통해 이만큼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요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 책을쓰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한국 여성사예요. 최근 한국의 여성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나 한국의 전통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현대와 과거의 여성 모두에 대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 인권사입니다. 한국전쟁은 인권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어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인권사에 대해서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고 출판된 책도 다수입니다. 그러나 출판된 대부분의 책에서 한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약소국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여건이 된다면 체계를 잡아 이러한 주제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대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무감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평가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역사는 항상 공평하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라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민족사를 구축해 나가야 하죠. 우리나라도 역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같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처럼 대륙과 해양을 연결시키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농업사회를 추구해왔는데 상당히 선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농업사회 내부의 문화 역시 훌륭했죠. 질서의식, 윤리의식, 평등의식이뛰어났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식민지보다도 우리의 문화 수준이 높았습니다. 타이완과 베트남 역시 문화 수준이 높지만 말이죠. 대신 우리나라는 극단적 식민지 지배에 대한 대처를 못한 보수적인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우리나라가 북경을 차지하지 않은 것 역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칭기 즈칸과 나폴레옹 같은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우리의 약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영역 안에서 평화를 추구하며 인간중심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역사를 그렇게 봐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돈을 많이 벌고 출세를 하는 것,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그런 곳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에 민주주의적가치인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관심을 기울이라 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건전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이화 선생 약력>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역사비평> 편집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 이사장 역임

서원대학교 석좌교수

저서 :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녹

두장군, 전봉준』, 『인물로 읽는 한국사』

외 다수

강신지 기자 koas4@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