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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인터뷰

7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온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 정동훈 운영위원장(도예과 교수)
7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온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 정동훈 운영위원장(도예과 교수)
신문방송사2014-03-03

“봉사활동을 통해 넓은 안목을 키워야”

정동훈 운영위원장(도예과 교수)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를 설립,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는 지난 2010년에 설립된 봉사단체입니다. 단체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의 물 부족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하수를 개발, 기증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은 오염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50세도 채 되지 않는 평균 수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그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한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7년 전 동생이 아프리카 콩고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실정을 잘 알고 있던 동생이 저에게 봉사활동을 권유했습니다. 이에 우리대학 의학계열 교수님들이 의료봉사, 도예과 학생들이 도자기, 태권도 등의 문화를 교육하면서 아프리카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2007년 개인적으로 봉사를 시작하고 3년 후인 2010년에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콩고, 가봉, 케냐 등에 봉사를 다니면서 아프리카에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죠. 본 사업단만의 힘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원불교 측에 기금을 요청했습니다. 얼마간은 마련된 기금을 통해 봉사를 갔지만 지난 3년 동안은 기금 마련이 어려워 자비로 봉사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케냐에는 올해까지 23개의 작업을 했는데 그 중 12개는 댐 공사였습니다. 사실 댐 공사를 하기 전에 지하수를 뚫어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물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4년 전부터는 댐 공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도예과 교수인데, 이러한 봉사활동에 뛰어든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25년 전 어머니께서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셨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5년 전에는 국내최초로 우리대학에 장애인들을 위해 학문을 연구하고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예술치료학과를 만들었고 15년 동안 한국예술치료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또 9년간은 방학기간에 장애인을 위한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랑나눔캠프 도 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시작한 일들이 자연스레 봉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경험이 없는 일을 해내는 것은 어려움도 많지만 이로 인해서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봉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과 함께하며 봉사하는 인생을 살자는 교육 철학을 갖게 됐는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직접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상황은 어떤가요?

아프리카는 개인주의가 충만합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혼자라도 잘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죠. 강물이 흐르는 땅도 있지만 대개는 강물조차도 없는 곳이 많습니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이 쓸려 내려가고 때로는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타버립니다. 댐이 있으면 그곳에 1백만 톤의 물이 고여 다음 우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간단한 공사마저도 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프리카의 현실입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기술이 없어 45일간 쌓았던 댐이 비에 쓸려 내려가 모두 없어진 적도 있습니다. 결국 자비로 아프리카를 방문해 재공사를 실시했죠. 그렇지만 저희가 만든 댐에 고인 물을 마시고 수영하기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프리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봤으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한 초등학교에 방문했을 때아이들이 급식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배식을 실시하는데 각자의 통에 삶은 콩과 옥수수를 받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다 먹지 않은 채 도시락 통을 덮어 의아했습니다. 배가 불러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알고 보니 반절은 집에 가져가 동생들과 나눠 먹고, 또 남은 것을 그 다음날 아침에 먹고 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음식으로 7명 이상의 가족이 먹는 것입니다. 7년 동안 아프리카 봉사를 이어오셨는데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금 마련이 안 돼 봉사를 할 수 없었는데 이번 방학에는 나은 병원 원장님께 1천만 원을 후원받아 사가나 지역에 다리와 저수지를 만들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제일 시급한 것이 다리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장마철에는 물이 50m 가량 차올라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없었고, 가까운 거리를 3천 명 이상의 지역 주민이 멀리 돌아서 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폭이 커 드럼통으로 뗏목을 만들었는데 전복사고가 발생하는 등 고생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오기 전날에는 다리가 틀어져 보수 공사를 하고 바로 공항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에 7개월간 아프리카에 가 있었을 때 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케냐에서 나오는 흙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현지 사람들에게 도자기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미술대학이 필요한 아프리카 대학에 교과과정을 짜주기도 했죠.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SEKU의 생물학과 교수와 신라시대의 토기 기술로 물을 정수하는 토기 정수기를 연구하고 오염된 물이 어떻게 생수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토기 정수기를 이용하면 오염된 물로 하루 1L 가량의 깨끗한 물을 받아낼 수 있으며, 현재 이에 대한 실험을 마친 상태입니다. 1천 년 전의 신라시대 토기 기법이 케냐 현장에서 정수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논문 내용은 미국 수자원공사학회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물로 인해서 생기는 영 유아사망률이 32%에 달합니다. 깨끗한 물이 없어 주로 강물을 마시기 때문이죠. 토기 기법을 전수, 시설을 갖춰 놓기는 했지만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프리카 전역에 보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물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UN에 해당 내용의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고통보다는 보람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하셨는데, 봉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물론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지만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실망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처음으로 댐을 만들고 난 후 그 옆에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국기게양대를 세웠는데 그 다음 날 가보니 쇠로 된 봉을 톱으로 잘라 가져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댐 근방에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쌓아둔 돌을 깨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공사 중에 댐으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흙을 넣어 쌓아둔 쌀 포대 역시 하루 밤 사이에 사라졌죠. 흙만 그 자리에 남은 채로요.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는 돈이 없어 밥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오죽하면 팔아야 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대신 그 후에는 돈이 되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댐을 만들게 됐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학생들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정례화 하는 것입니다. 이는 학생들이 사회진출 후에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구가 잘 결성돼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가야 합니다. 퇴직이 가까워진 노교수로서 남은 기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지만 앞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 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방학 기간에 전문 분야가 아닌 다리 공사를 하면서 각 물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몰라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종합대학인 우리대학에서 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한다면 일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대학의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간다면 대 내외적으로 우리대학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아프리카 물사랑 나눔회 가 우리대학 단체나 봉사동아리로 등록되고, 학교가 중심이 되는 아프리카 봉사센터가 세워졌으면 합니다. 결론적으로 교수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봉사단체가 됐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대학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학생들이 오가는 것, 그이상의 관계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매년 아프리카를 찾을 때마다 현대, 삼성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자원이 많기 때문이죠. 1~20년을 내다보면 분명 아프리카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입니다. 요즘 취업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아프리카는 사업, 취업을 연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약한 아프리카는 자동차, 타이어, 컴퓨터가 생산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버리는 중고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아프리카에는 경험할 것도,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 전에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봉사활동을 통해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대학에서 선발하고 있는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해 영어 연수라도 자주 갔으면 합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강신지 기자 koas4@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