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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인터뷰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당선 심우일 동문(국어국문학과 02학번)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당선 심우일 동문(국어국문학과 02학번)
신문방송사2014-03-24

“후회 없는 선택이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심우일 동문(국어국문학과 02학번)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두 달 가량 지났는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당시 당선 소식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앞섰지만 지금은 부담감이 먼저 느껴집니다. 제 이름을 걸고 공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함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당선작 제목을 디스토피아의 윤리와 에피스테메박훈정론: 영화 <신세계>를 중심으로 라고 붙이신 이유가 있다면요?

박훈정의 <신세계>는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디테일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선악도 모호하고 배신과 협잡을 지속하는 인간의 초라한 몰골만 남아요. 이게 디스토피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자성이라는 인물은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습니다. 조직을 배신할 것인가, 아니면 그곳에 남을 것인가. 이자성의 선택에 관해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은 관객의 몫이죠. 그렇지만 이것이 주인공 이자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감독은 다시 묻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하고요.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제목을 붙인 것 같아요. 디스토피아의 윤리와 에피스테메 , 전공자가 아닌 이상 글을 읽기 전까지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윤리라는 문제가 우리시대의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사회적 현실이 결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스토피아적 현실이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폭력과 불합리가 존재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자신의 윤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고통을 요구하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에피스테메는 특정한 시대를 지배하는 인간의 무의식적 체계를 말하는데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일들에 과연 얼마나 자율적일 수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 이미 기성 사회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자기도 모르게 영화 속의 주인공을 보며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 때문에요. 더 성실하고 면밀하게 썼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대부분의 작품이 스토리 분석이나 주제적 해석에만 치우쳤지만 본 당선작은 영화 세계를 종합적으로 그려냈다 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선 강유정 선생님께서 저의 글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기존의 당선작들을 거의 다 찾아봤는데 대부분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스토리는 분명 영화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가 문학 등 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지점은 카메라와 사운드라는 두 매체가 만들어내는 감독만의 미학과 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형식주의적 입장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에요. 글을 쓰는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측면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번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의 응모작 대부분이 김기덕과 홍상수 영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훈정의 영화를소재로 한 이유가 있나요?

딱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고 봤어요. 저도 김기덕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지만 반복적이고 지루하다고 느껴졌어요. 더구나 김기덕과 홍상수의 영화들은 지금 현재 우리 세대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취향의 문제가 있겠지만 저는 보다 새로운 감독들을 찾고 싶었어요.

이번 당선작을 쓰는 데 신중을 기했을 것같은데요, 보통 하나의 글을 완성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장평의 경우에 저는 두 달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앉은 자리에서 쭉 써내려가지 않아요. 그러면 오류도 많고 지치기도 쉽습니다. 조금쓰고 쉬면서 다시 생각해봤다가 다음날에 다시 글을 이어가며 쓰는 편입니다. 과거 시인과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다가 영화평론가로 등단하게 됐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참 어려웠어요. 시를 신비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적감각을 지니지 못한 것만 같았죠. 그러다가 영화 시나리오를 써봤는데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글이 잘 나올 리가 없었습니다. 더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현대 희곡을 전공하면서 연극과 드라마, 영화에 대한 공부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죠. 인간은 가장 익숙한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라 지금은 이렇게 영화평론가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주로 어떤 주제의 영화를 평론하는 편인가요? 또한 영화를 평론할 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대학원 석사 과정 때부터 폭력적이고 병든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품을 좋아한 것 같아요. 그것이 단순하게 자극적이고 추한 것이 아니라 폭력에 의해 인간의 내면이 병들어 가는 과정을 지적으로 관찰하는 작품을 선호합니다.

여담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이 있는지요?

자세히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고 있지만 대상의 이면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뭐하나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없어요. 시선의 한계 때문이죠. 대상을 자세히 보고 관찰하는 연습을 한다면 분명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기회가 된다면 다양하고 많은 지면에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학업에 열중하여 대학원 과정을 마무리하고 드라마에 대해 연구할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생은 언제나 끊임없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도 고생스럽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세요. 그것이 보다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강신지 기자 koas4@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