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광인터뷰

타인을 위한 지속적인 자기정화와 학문적 정진
타인을 위한 지속적인 자기정화와 학문적 정진
대외협력홍보과2010-10-26

김유라 센터장(사회복지학과 85학번/강릉정신보건센터) [지난 2월 강원도 강릉시 옥천동에 개소한 강릉정신보건센터 센터장에 우리대학 김유라 동문(사회복지학과 85학번)이 취임했다. 김 동문은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의사가 아닌 정신사회복지사 1급 출신의 정신보건센터 센터장이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가슴 따뜻한 정신사회복지사 김유라 동문을 만나봤다.]

다른 사람의 삶과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사회복지학과는 워낙 생소한 학과였기 때문에 제 주위 분들도 사회복지학과를 모르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미래사회는 복지가 중요시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85년 원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3학년이 되자 점점 사회복지학에 흥미를 잃고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가게 됐는데 직접 실습을 하다 보니 사회복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실습하면서 사회복지사는 '다른 사람의 삶과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열중하게 됐습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어 교류분석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는 등 부단한 노력 끝에 정신사회복지사가 됐습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를 질병중심으로 본다면, 정신사회복지사는 환자 개인의 강점과 주변의 환경, 그것들과의 관련성과 향후 변화의 중심성 등에 초점을 맞춥니다. 저는 정신사회복지사로서 환자의 사회력, 개인력, 가족력, 주변의 자원 등을 파악해낸 후 그것을 총괄해서 서비스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정신보건센터는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정신보건활동으로서 정신질환의 예방과 진료, 환자들의 재활 및 사회복귀 등의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개인보다는 지역사회의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에 그 중요성을 둡니다. 또한 정신장애인 가족 교육 및 지원사업, 정신질환 편견해소 및 대외홍보사업, 정신질환자의 발견과 상담, 진료와 사회에 복귀한 만성정신질환자의 관리 등 주민들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뢰와 용기를 위한 사랑
사회복지사가 된 후 오랫동안 지속된 환자와의 신뢰관계는 저만의 인적, 정신적 자산이 됐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제가 맡았던 환자분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한 환자의 경우, 처음 발병했을 때보다 정신적?사회적 기능이 무척 개선됐는데도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를 비롯한 여러 사회복지사와의 지속적인 교류와 신뢰를 통해 그 환자분은 천천히 사회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그분은 지금까지 병이 재발하지 않았고 유지관리 또한 잘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저희와의 인연을 계기로 용기를 얻어 세상과 마주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고 행복합니다. 저는 수많은 정신보건현장 중에서도 만성정신병원에서의 경험이 많은데, 최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만성정신과 환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사연들을 들을 때가 가장 슬픕니다. 정신질환은 특성상 만성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보니 타 질병에 비해 가족들이 쉽게 지치고, 부끄러워하고, 환자들이 최소한의 동정조차 받지 못하며 편견 또한 많은 질병입니다.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돼 작은 도움만 있어도 사회복귀가 가능한데도 가족이나 사회가 구조적으로 환자의 사회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나 아닌 그들을 위한 헌신
사회복지는 가치나 윤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배경을 가진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자질 중 사회적 소외자에 대한 열정과 봉사, 헌신 등의 마음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는 기본입니다. 그 기본을 다진 후, 사회복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특히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은 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휴먼 서비스'입니다. 자신의 전문성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일생에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키운다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속적인 자기정화와 학문적 정진이 필요하고 그것을 반드시 해내야만 전문가로서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참 잘 살았다', '제법 괜찮은 삶을 살았어'라는 말을 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신장애를 지녔어도 그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09년 0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