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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인터뷰

꽃을 배우는 것은 ‘마음’을 닦는 것
꽃을 배우는 것은 ‘마음’을 닦는 것
대외협력홍보과2010-10-26

육혜정 동문(원예학과 87학번/플로리스트) 평소 꽃과는 거리가 먼 기자에게 꽃집을 방문한다는 일은 기자를 매우 설레게 했다. 꽃집하면 도시의 화려하고 큰 번화가에 위치해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화니피는 꽃'은 전주시 중화산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꽃집은 그리 넓어보이지는 않았지만 갖가지 꽃들과 초록 식물들로 가득차 마치 하나의 정원같았다. 그 속에서 환희 웃고 있는 육혜정 동문을 보았다. 우리는 '화니피는 꽃'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청포도와 원두커피 향기 속에서 수다를 시작했다.

육동문은 3년간 서울의 '드림플라워' 아카데미에서 화훼공부를 마치고 플로리스트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리고 독일 종합문예학교(BILDUNGSSTAETTE GARTENBAU GRUNBERG)에서 한달 동안 연수를 마친 다음 '플로리스트 마에스터' 자격증을 취득(8월 7일)했다. 이에 따라 육동문은 앞으로 제자들을 양성하고 플로리스트 수료증을 지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됐다. 먼저 자격증 취득에 대한 소감을 묻자 "운이 따라준 덕분인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깊이있는 화훼공부를 하고 싶다"고 육동문은 말한다.

올해 진행된 플로리스트 마에스터 자격시험은 독일 상공부에서 제시한 '베를린 영화제'라는 주제와 관련해 4일동안 레드카펫 테두리에 설치할 꽃기둥, 파티션, 사회자 연단장식, 시상자 어깨장식을 꾸미는 것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베를린 영화제'라는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육동문은 "영화를 좋아하는 동생 덕분에 많은 영화잡지를 보면서 영화제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특히 관심이 있는 부분은 오려서 코팅을 한 후 조화와 함께 연습을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라며 "또 자격시험에 쓸 재료들은 직접 개인이 산과 들에서 채취하고 꽃을 구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육동문은 이번 자격증 취득을 하면서 '진정한 꽃문화'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독일에서 오로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생각뿐이었요. 그런데 다른 외국인 참가자들이 시험에 연연하기 보다는 들판에 나가 꽃과 함께 생활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체험하면서 즐기는 것이 '진정한 꽃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욱 꽃에 대해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었지요"

기자는 육동문에게 무턱대고 꽃이 왜 좋은지 물었다. 그러자 유명 플로리스트가 쓴 잡지에 나온 한 구절을 보여주었다. '꽃을 배우는 것은 마음을 닦는 것이다'라는 글귀였다. "이 문장을 처음 본 순간 꼭 제 마음을 표현해 놓은 것 같았어요. 내가 꽃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꽃들이 나에게 주는 행복이 더욱 커요"라고 말하며 육동문은 수줍게 웃었다.

"50대 후반이 되면 남편과 함께 들판과 정원으로 꾸며진 원예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곳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원예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대회에도 진출하고 화훼 개인전도 열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육동문의 꽃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육동문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기자는 남편인 최동문에게 "아내를 꽃에 비유하면 어떤 꽃일까요?"라고 슬쩍 물었다. 최동문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겉으로는 약해보이지만 내면은 강한 꽃. 서구적인 겉모습에 비해 동양적인 모습이 더욱 많이 느껴지는 꽃"이라고 말했다. 바로 '코스모스'다.
2008년 09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