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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인터뷰

읽어라, 써라, 그리고 다시 읽어라
읽어라, 써라, 그리고 다시 읽어라
대외협력홍보과2010-10-26

양귀자 (국어국문학과 74학번/소설가)[제8회 원광문학상 수상자의 영광이 우리대학을 대표하는 작가 양귀자 동문(국어국문학과 74학번)에게 돌아갔다. 『원미동 사람들』, 『슬픔도 힘이 된다』, 『모순』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보듬었던 양동문.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양동문의 근황과 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8회 원광문학상 수상 소감은?
수상소감에도 그렇게 썼는데, 상을 받으면서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한다거나,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인사말로 예의를 차려야 한다든가, 등등의 부담 없이 그냥 아주 담백하게 기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모교(母校)라는 말의 훈훈한 분위기, 실감하고 있습니다.

새 작품에 대한 앞으로 계획은?
질문에서 응용한 답을 하자면, 진정 '새로운 작품' 을 쓰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지나치게 강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럴 경우 모든 말은 다 변명일 터이고, 소설을 담는 그릇을 바꿔보려 했으나 아직 바꾸지 못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넘어갈랍니다.

최근 근황은 어떠합니까?
누구나 다 그렇듯이 일상에서 생기는 '피치 못할' 일들을 처리하면서, 그런 일들이 참 끊이지도 않고 발생한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요. 놀라울만한 근황이라면, 엊그제 제주도 작업실에 내려갔다가 앞바다에서 뛰노는 돌고래 무리를 만났다는 것. 돌고래는 뇌가 크고 주름이 많아서 머리가 아주 좋다는데, 덕분에 내 뇌도 좀 늘어났으면 소원했다는 것.

최근에 읽으셨던 책은? 그리고 젊은 작가들 중 주목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면?
작년에 알렝 드 보통의 신간 G행복의 건축 H을 읽고는 매혹당해서 그의 모든 저작물을 한꺼번에 읽었지요. 밀란 쿤데라, 보르헤스, 산도르 마라이 이후 네 번째 집중적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국내 작가로는 박민규, 김애란 등을 애독합니다.

글쓰기에 큰 영향을 준 작가와 작품은?
이런 질문에 나는 늘 '아니오'라고 답하나 최근 들어 한 작가를 꼽게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중학생 시절 도스토엡프스키의 G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읽고는 충격 비슷한 것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러므로 이제는 '도스토엡프스키'라고 말하지요.

선배님의 소설에 담긴 기본적인 사상들은?
어려서부터 단호한 주장이나 사상, 과격한 구호와 선동에는 좀처럼 현혹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결단코 같은 말들도 믿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더듬어서 인식한 것들만 겨우 신뢰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언제나 결론을 유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기회주의자들에게 연민이 많았고, 내 소설에는 그런 인물들이 넘쳐납니다. 아, 그래서 G기회주의자 H라는 제목의 단편소설도 있지요. 게다가 G슬픔도 힘이 된다. H라는 소설도 쓴 것으로 보아, 아마 나는 슬픔이나 고난이 인간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생각 속에서 살아온 듯 싶습니다. 당연히 글쓰기에도 그런 사념들이 배어나왔을 것이고.

소설을 발표할 때와 다시 읽을 때의 기분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소설을 쓸 때는 수도 없이 고치고, 수많은 생각의 갈피 속에서 선택의 괴로움을 겪지만, 그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는 미련 없이 손에서 떠나보냅니다. 그때부터는 나도 일종의 독자지요. 특히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소설을 읽으면 적당히 둔해져서 썩 재미있게 읽습니다. 그렇게 읽히지 않을 소설이라면 발표하겠다고 내 손에서 떠나보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원대신문 기자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학생기자 활동이 선배님의 필력이나 세계관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십니까?
원대신문 기자로 활동했다는 표현으로는 좀 모자라지요. 아예 원대신문사에서 살았다고나 할까요. 하여간 1학년 2학기에 수습으로 시작해서 졸업식날까지 신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대학시절의 거의 모든 추억이 원대신문사에서 만들어진 것은 당연했고,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영향도 있었겠지요. 아무 곳에서나 자리 잡으면 그냥 글쓰기 모드로 돌입할 수 있는 버릇이랄지, 삶의 여러 슬픈 모순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자세, 이런 것들도 기자 경험에서 얻어진 유익함입니다. 그보다 더 큰 소득은, 원대신문이 있어서 젊음의 한 때를 낭비하지 않고 충실하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문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소설가로 산다는 일은 알고 보면 참 재미없는 인생입니다. 경험자가 이렇게 말해주는데도 꼭 해야겠다면, 방법은 이것 뿐입니다. 읽어라, 써라, 그리고 다시 읽어라. 흘러간 시간은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 법, 청춘을 낭비하지 말길.
2008년 06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