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4호-1-대한민국 여군장교 제1군지사 611수송대대

어릴 적부터 군인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나요?

대학시절에는 군인이 되기 위한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학교생활에 열중했습니다. 3학년 1학기 때는 교환학생에 선발되어 중국에 6개월 동안 다녀온 적도 있고,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동아리생활도 잠깐 했습니다.(웃음) 그렇게 졸업을 하고 취직을 했습니다. 석유화학과 관련한 기업이었는데 저는 행정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약 1년 6개월 정도 근무를 하다가 그만두고 군인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갑자기 군인의 길을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장생활은 답답했습니다. 원래부터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뛰고 운동하고 돌아다니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 자판만 두드리는 직장생활은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다큐멘터리 하나를 보게 됐습니다. 다큐멘터리에는 헬기를 조종하는 여성 군인의 모습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한창 성격에 맞지 않는 직장생활을 버거워하던 찰나에 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직장을 그만두고 군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또 군인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 군대는 어떤 모습일까 와 같은 군인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이런 여건이 저를 군인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가족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군인이 되려는 제 선택을 존중해주었습니다. 나라에 봉사하는 일이고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기셨습니다. 반면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남자친구들이 군인이 되려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려느냐 , 힘들거다 라는 등의 반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남자친구들은 군대에서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군인을 직업으로 가지려는 제가 걱정 됐던 모양입니다.

 

친구들의 반대에 선택이 망설여지진 않았나요?

걱정해주는 친구들은 고마웠지만 친구들의 반대 때문에 군인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결정은 자신이 하는 거잖습니까? 제가 이 길을 가보겠다고 다짐했고 또 스스로도 군인이 되고 싶어 했기에 제가 아닌 삼자의 의견으로 제 선택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에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작정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다고 판단한 결정에 대해선 과감하게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군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한 달 정도 학사장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학사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필기, 실기, 면접을 준비해야합니다. 필기시험은 서점에 가서 기출문제집을 사다놓고 계속해서 풀어나갔습니다. 한 권만 놓고 풀기보다 유형별로 문제집을 구매해 풀어봤습니다. 실기시험의 경우는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달리기를 매일 같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하루 이틀 꾸준하게 하다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그 결과 실기시험에서 특급판정을 받았습니다. 면접은 예상문제를 뽑아놓고 혼자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연습 했습니다. 군대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일단 힘들었습니다. 훈련소 시절에는 사관 후보생이라고 해서 병사들하고 똑같이 화생방, 사격, 개인화기와 같은 병기본 과제를 배우게 됩니다. 군인이 되어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이나 매일 계속되는 훈련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육군 장교가 되야지 라는 생각으로 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버텼습니다. 또 같이 훈련받는 여성동기들끼리 서로 격려해주면서 힘이 돼주었기에 훈련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습니다.여성으로서 훈련이 고됐을 것 같습니다. 나는 여성이니까 라는 생각보다는 다른 남자 병사들에게 지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습니다. 군대는 여자라고 훈련의 강도를 낮추고 남자라고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1224호-2-박영은 중위 인터뷰 장면

그렇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던 건가요?

병사들을 관리하는 부분에 있어서 힘든 점이 있습니다. 여성이다보니 사병들을 다루기가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는 병사들을 다 받아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확실하게 엄포를 놓아야하는지에 대해서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은 병사들이 불평을 하거나 할 때 무작정 몰아세우기보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납득을 시키는게 중요합니다.

 

병사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병사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 안 듣는 병사도 운동하고 훈련받으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다보면 나중에는 스스로 찾아옵니다. 여자 친구랑 헤어졌습니다. 소대장님은 여자시니까 여자의 마음을 알려주세요 등의 상담을 하러 오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병사들이 찾아오면 위로해주고 진심으로 대해줍니다. 그러다보면 병사들도 잘 따라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성 군인이 남성 군인에 비해 뛰어난 점을 하나 꼽자면 무엇입니까?

여성만이 가지는 메리트라기보다 지금까지는 남성만 있었던 군대에 여성이 들어오게 되니까 한층 밝은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남군과 여군이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 남군들도 두 번 할 욕을 한 번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아무래도 남자끼리만 있을 때보다 여자가 있을 때 조금은 조심스러워 지지 않겠습니까? 또 남녀가 같이 훈련을 받다보니 시너지효과가 있습니다. 행군 시에도 그렇습니다. 장시간 동안 행군을 하게 되면 여군들은 남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또 남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훈련을 견딥니다. 남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군들도 이를 악물고 행군을 하고 있는데 남군이 먼저 지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아무래도 갓 소위를 달고 군 생활을 시작했을 때 만난 첫 중대장님과 (선임)소대장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두 분은 제가 군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중대장님 같은 경우에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웃음) 군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요령을 직접 자필로 작성해서 써주셨습니다. 소대장님도 후배인 저를 위해 조언이나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군에 적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만약 군인 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야한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고 싶으세요?

군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저에게서 남성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습니까? 만약 군인 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야한다면 지금과는 정반대로 여성스러운 직업을 갖고 싶습니다. 공항이나 역에 가면 스튜어디스나 KTX여승무원을 볼 수 있잖습니까? 그런 여성들을 볼 때면 가끔은 다음에는 저런 거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현재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제 군대에서는 병사들과 축구도 하고 훈련도 하는 남성적인 모습이지만 주말이나 휴가 때는 저도 얼마든지 여성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군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병과 선택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병과에는 수송과, 정보과, 보병과, 기갑과, 포병과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병과를 크게 나누면 비전투병과와 전투병과로 나눌 수 있는데 비전투병과의 경우 전투병과에 비해 훈련강도가 낮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전 투병과의 경우 전투병과에 비해 인원이 적어 진급기회가 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전투병과의 경우 훈련의 강도가 높고 자기 시간을 가질 여유가 비교적 적지만 많은 인원 때문에 진급기회가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대학 재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직업이라는 것이 생계를 위한, 즉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 일을 할 때 재미있어야하고 가슴 벅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송대대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작전을 나가게 됩니다. 작전을 나가게 될 때면, 뭐랄까 가슴이 벅차다고 할까요? 아 내가 오늘도 무사히 이런 작전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뿌듯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예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들은 축복받은 겁니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며 무엇을 했을 때 가슴 벅찬지 생각해보고 이에 맞는 직업을 가져야합니다. 그랬을 때 진정 생활이 즐겁고 또 새롭습니다. 우리대학 학우여러분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군대는 어떤 곳일까요 라는 질문에 박 중위는 남성과 여성이 공평하게 대접받고 자신의 능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곳 이라고 답했다. 박 중위는 군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독서를 하고 주말에는 자격증이나 어학시험을 준비하는 등 자기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힘 있고 명쾌한 대답은 남성스럽다 라는 표현보다 멋지다 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늘 가슴 벅찬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 그녀의 열정이 우리대학 학우들에게전해지기를 바란다.

 

김정철 기자

dokr9318@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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