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환 동문(법학과 78학번)시대와 맞물린 대학시절

그는 같은 학년의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다른 친구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단다. 특히 통학 열차를 기다 리는 동안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당시 의 시대상황이 자유롭지만은 않았다. 지성과 패 기를 가진 젊은 대학생들을 편하게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시대가 내버려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꿈과 열정을 가졌던 대학시절은 모든 자유 가 숨 쉴 수 없는 유신독재치하의 소위‘긴급조 치시대’였었다고.

그가 1979년 10월 부마항쟁과 때를 맞춰 시 위를 주도하던 중, 10.26이 일어나 18년 장기집 권 독재자 박정희대통령이 살해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 그는 12.12 신군부의 쿠데 타 이후, 본격적인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나섰 고, 결국 1980년‘서울의 봄’과 광주민중항쟁 을 거치면서 그해 6월에 체포돼 군사재판을 받 았다고 한다. 성 동문은“퇴학과 복학 등을 거치 면서 남들보다 학교를 좀 오래 다녔습니다. 고 생 꽤나 하면서 세상을 배웠지요”라고 지난 시 절을 회상한다.

아나운서의 길로 한걸음

감옥에서 나온 후 농민운동을 하려 했다는 그. 대학에 다시 들어간 성 동문은‘리더는 가능 한 넓고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인 문학서적의 탐독과 함께 시간 나는 대로 비전공 분야도 청강했다고 한다. 집안 형편 때문에 대 기업 공채에 응시해 최종합격을 한 그였지만, 병행해서 공채시험을 치렀던 서울 MBC에 합격 했다는 소식을 출근 전날 뉴스를 통해 듣게 되 었다고. 그는 결국 MBC를 선택한다.

그는“대기업이나 언론사 시험엔 그때나 지 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역시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을 풍부하게 습득하는 게 유리한 것이 사실 입니다. 또 입사하고 나서 직무를 수행하거나 승진에 있어서도 인문학적 소양은 매우 중요했 습니다”라고 말했다. 감옥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른바 전과자 신분이 되어 있어서 법학전공을 살려 직업을 선택하기에는 당시의 법률이 허락 하지도 않았지만 그에겐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 았다고.

아나운서로 입사 후 언론인으로서 활동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은 <MBC 마감뉴스>였단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매체 비평프로그램인 <미디어 비평>과 역사적인 2000년 < 6.15정상회담>프로그램, 그리고 각종 선거방송 등을 진행했다. 라디오의 시사프로그 램인 <MBC패트롤>과 <화제집중 전화를 받습 니다>, <아침을 달린다> 등에서 뉴스앵커를 맡 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메이저 언론사의보직인‘차장’,‘ 부장’,‘ 국장’을역임 했다.

아나운서 국장으로서 활동에 대해 그는“인터 넷 포털 검색창에서 내 이름인‘성경환’을 치면 그 당시에 내가 만들어낸 많은 뉴스를 확인 할 수 있어요. 그걸 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왕성하게 움직인 국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그는 예능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아나운서를 양성하기 위해‘아나운서’와 ‘엔터테 이너’를 합성해 ‘아나테이너’라는 개념을 만들 어냈다. 바로 그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장르영역을 확장하는 활동을 한 것이다.

진행한 TV프로그램과 라디오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에 대해 묻자“이미 과거의 추억들이 되어선지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립고 아름답게 그려집니다”고 말하는 그였다. 그의 기억에서 가장 인상깊은 프로그램은 앵커인 그 가 직접 원고를 써서 1987년 6월 항쟁 직후부터 진행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MBC패트롤> 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최초의 매체비평프로그 램으로서 보수언론들로부터 수십 건씩이나 소 송을 당했던 <미디어 비평> 등도 기억난다고. 그 는 아침 시사프로그램을 대신 진행한 적이 있었 는데, 가요의 제목을 엉뚱하게 말하는 등 실수 도 여러번 있었다고.

성경환 동문(법학과 78학번)

후배들에게 한마디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특정학문 전공을 해야 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나운서 중에는 어문학전공자가 비교적 많지만 이공대나 자연 과학, 심지어 수학과 출신도 있단다. 방송국 입 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MBC나 KBS는 블라인드테스트 를 하기 때문에 학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만, 다만 경쟁력 있는 스펙을 길러야 한다고 조 언했다. 특히 영어와 말하기, 글쓰기 능력은 반 드시 길러야 한다고.

꾸준한 독서와 비평 등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면 효과적일 것이라 했다. 그는후배들에게말한다.“ 늘그렇듯이여 러 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인문학적 지식을 습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그는 언론인으로서 고충보다는 대중에게 알 려진 사람으로서의 고충이 더 크단다. 하지만 세 상과 소통하는 중심 매체에 있다는 점에 대해선 직업에대한자긍심과자부심을갖게된다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나의 생 각과 신념이 대중과 공감한다는 사실이 확인 될 때’라고 말한다. 성 동문은 MBC의 자회사인 (주) MBC아카데미 대표이사 사장직을 끝으로 지난 3월에 MBC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에 있는‘방송언어특 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끊임없 는 도전정신과 적극적인 자세를 본받아 우리 또 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이채린 기자 chaerin74@wku.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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