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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교류

원광대 주관 나주동학농민혁명 한·일 학술대회, 국제화상회의로 열려
원광대 주관 나주동학농민혁명 한·일 학술대회, 국제화상회의로 열려
대외협력홍보과2020-11-04

– 서울, 광주, 나주에서 일본 도쿄, 센다이, 마이즈루, 나라까지 연결 –

나주동학농민혁명 한·일 학술대회원광대학교가 주관한 동학농민혁명 한·일 학술대회가 나주시 지원으로 지난달 28일 나주시민회관에서 국제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15년 동안 지속된 한·일 양국의 시민동학기행이 코로나19로 일본 측이 참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국제화상회의로 진행된 학술회의는 일본 동북 지방의 센다이, 1945년 우키시마 마루호가 침몰된 마이즈루, 도쿄 후지 여행사, 일본 교류회 대표인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가 있는 나라 지역 등 10여 곳이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과 광주를 비롯해 나주 학술대회 현장이 직접 연결됐다.

이번 국제화상회의는 일본과 나주시를 연결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원광대 기술력을 통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학술대회 하루 전인 27일 오후에는 국내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박맹수 원광대 총장이 나주 수성군과 동학농민군이 직접 격돌했던 나주 서성문 및 일본군 주둔지였던 금성관, 동학농민군 처형지였던 전라우영터를 직접 안내하고, 1894년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며, 야규 마코토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의 통역으로 일본 곳곳에 전달됐다.

28일 행사는 기조강연과 1부 ‘나주동학농민혁명의 재조명’, 2부 ‘세계시민적 공공성 구축’에 이어 종합토론이 펼쳐졌으며, 행사장 입구에는 동학농민군의 깃발이 걸리고, 실내에는 일본 마이즈루 시에 거주하는 요에 카츠히코 선생이 제작한 동학군 두상 9점, 원광대 김재룡 교수가 친필로 쓴 동학농민군의 사대명의와 12개조 호령이 전시됐다.

또한, 2부 행사에 앞서 박맹수 총장 주관으로 우키시마 마루호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는 진혼제가 열렸으며, 김재룡 교수가 한국 전통 운율에 맞춰 제문을 대독하고, 10m가 넘는 두 폭의 천에 ‘한에서 흥으로’, ‘보국안민’을 붉은 글씨로 써 내려가 행사장 분위기를 북돋았다.

기조강연에서는 나주동학농민혁명을 승화시켜 세계평화를 구축하자는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의 발표와 더불어 기타지마 기신 교수는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가 제시한 시천주와 영성의 측면에서 동학농민혁명을 바라봄으로써 지금까지의 동학연구와 다른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으며, 김정훈 교수는 1944년 5월 하나오카 강 밑의 광산에 생매장된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노동자 22명, 하나오카강 수로 변경을 위해 투입된 중국인 노동자 416명이 살해된 사실을 파헤친 일본인 마쓰다 도키코, 한국인 김일수 선생을 소개하고, 이들의 노력이 한·중·일 시민연대로 발전했음을 전했다.

이어 1부에서는 나주와 장흥 일대에서 전개된 동학농민혁명의 실상과 희생자 파악이 주안점이 된 가운데 나천수 박사와 이영기 선생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나주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을 전하고, 이노우에 카츠오 교수는 일본군 종군일지와 토벌대장 미나미 고시로가 남긴 ‘동학당정토경력서’와 ‘동학당정토약기’를 분석해 나주를 비롯한 장흥 등 한반도 서남부에서 지금까지 동학농민군 최대의 전투지로 알려진 우금치 전투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전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었음을 밝혔다.

김희태 선생은 3,000여 명에 달하는 호남지역 동학농민군 희생자들을 철저히 조사, 분석해 향후 위령탑 건립에 중대한 분수령을 이루게 하고, 한규무 교수는 나주 동학 관련 사적지에 대해 홈페이지 공개나 안내지도, 청소년 홍보 방안 등을 발표했다.

2부에서는 요에 카츠히고 선생이 1945년 8월 우키시마 마루호 침몰 사건과 영령 추모를 위한 순난비 건립을 보고하고, 향후 나주위령탑 건립의 필요성 및 일본측 방안의 대체를 제시했으며, 박경중 전 나주문화원 원장은 동학농민군뿐만 아니라 수성군을 망라한 위령탑 건립에 나주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고은광순 동학소설가는 충청도 청산 시골 동네에서 동학 개벽사상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으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함께 나누는 유무상자 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발표했다.

나주동학농민혁명 한·일 학술대회

종합토론에서는 이계표 전라남도문화재 전문위원, 배항섭 성균관대 교수, 김봉곤 원광대 연구교수,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토론이 펼쳐졌으며, 이계표 전문위원은 구술자료의 추가 확보가 필요하지만, 자료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배항섭 교수는 일본 내셔널리즘이나 일본군의 폭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요구했다.

김봉곤 교수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시점을 1894년 4월에서 1893년 초 교조신원운동과 민란으로 상향 조정할 것과 희생자 발굴을 위한 한일 양국의 광범위한 자료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이병규 부장은 사적지가 아닌 유적지로 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나주동학혁명기념사업회 결성, 기념사업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 관련 유적지에 대한 문화재 지정, 각종 기념행사 등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1,2부 발표에 이어진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박맹수 총장은 “나주지역의 동학농민혁명이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적으로 지속되었다는 점이 밝혀짐에 따라 동학농민혁명 역사를 다시 써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동학농민혁명이 새로운 개벽세상을 이룩하고자 했던 영성에 바탕을 둔 토착적 근대화의 중대한 분수령이었음이 밝혀졌다”며, 학술대회의 의의를 설명하고, “이번 학술대회는 한에서 흥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나주가 무너지면, 조선이 무너진다’에서 ‘나주가 일어나면 세계가 변한다’는 발전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나주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철저한 사실 규명을 통해 진실에 바탕을 둔 화해의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이 연대하여 평화의 미래로 나아가자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