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광뉴스

첫 세계곤충학회 운영위원 ‘개미박사’ 김병진교수
첫 세계곤충학회 운영위원 ‘개미박사’ 김병진교수
대외협력홍보과2004-09-10

개미의 세계, 빠져들수록 경이롭습니다'

한국인 첫 세계곤충학회 운영위원 '개미박사' 김병진 교수

 

조선일보 전주=김창곤기자 cgkim@chosun.com

 
입력 : 2004.09.09 19:02 11'
 
 
  ▲ 원광대 김병진(金兵珍·58·생명과학부) 교수
   

“열대에서 극지방까지 개미가 정복하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그 경이로운 세계에 빠져들다 보니 20여년간 개미의 세계를 파고들었고 세계 곤충학자들과 함께했습니다.”

‘개미박사’인 원광대 김병진(金兵珍·58·생명과학부) 교수가 한국인 중 처음으로 세계곤충학회(ICE·International Congress of Entomology) 운영위원에 선임됐다.

국내 개미 연구분야에서 독보적 존재인 그가 세계 저명 곤충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8번째 ICE운영위원 배출국이 됐다고 원광대는 밝혔다.

ICE는 김 교수가 한국곤충학회장으로서 영문판 학회지를 발간하면서 무주에서 국제곤충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세계 저명 학자들과 연구성과를 교류해온 업적을 평가해 위원으로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미는 국내에 140여종, 지구상에 1만여종이 분포하지만 모두 여왕개미·수개미·일개미·병정개미로 분화해 고등생물 수준의 사회 유기체를 일궈갑니다. 무사(武士)개미의 일사불란한 전투대형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어요.”

그는 80년대 초 고려대 대학원 생물학과에서 개미의 생태를 주제로 국내 첫 석사논문을 썼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시절이어서 이 분야 세계 400여 학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자료를 수집했다.

개미와 관련된 70여편의 논문과 저작을 남기기까지 김 교수는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한라산에서 설악산까지 80여 산을 올랐고, 지도에 나와 있는 100여개의 섬을 4~5일씩 섭렵해야 했다.

백령도와 어청도에선 간첩으로 오인받아 조사받기도 했고, 울릉도에선 폭풍으로 뱃길이 막혀 라면으로 1주일을 때웠다고 한다.

그는 90년대 초 KBS TV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자문위원을 맡은 뒤 방송과 인연을 맺어 방송사와 함께 ‘개미의 세계’ 등 다큐멘터리 3편을 제작했다.

서울 근교 청계산에서 번식기 여왕개미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수개미들의 혼인비행을 생생히 찍어낸 다큐는 미국과 유럽에 소개되기도 했다.

“개미 중엔 인체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침개미처럼 인간을 괴롭히는 것도 있지만, 개미는 생태계 균형 유지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토양을 뒤섞어 식물이 뿌리를 잘 내리게 하고, 해충의 유충을 잡아먹어 숲을 지켜줍니다.”

그는 “도시 고층아파트에 오르는 개미는 1세기 전 개항과 함께 들어온 이집트 개미”라며 “사람들이 아무리 없애려 해도 1억년 전 벌에서 분화되어 놀라운 적응력을 키워온 개미는 절대 멸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농약 대신 개미를 해충 방제에 이용하는 등 개미를 인간의 삶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숙제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