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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개교 70주년 기념치사 – 학교법인 원광학원 이사장 신명국
개교 70주년 기념치사 – 학교법인 원광학원 이사장 신명국
관리자2016-05-13

이사장님

다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하는 우리의 변화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원불교 100주년, 원광대학교 개교 70년을 맞는 은혜로운 해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70년 세월의 매 순간이 고난과 어려움의 시기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크나큰 은혜와 깨우침의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간에 이르기까지 원광대학교를 설립하고 어려운 고난의 시기를 헌신과 사랑으로 넘겨주신 선학들과 역대 총장님들, 교직원 선생님,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님, 동문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올해 이어진 대형 국가사업인 프라임(PRIME)사업에 선정된 것은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라임사업의 선정은 원광대학교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큰 힘과 에너지를 얻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을 계기로 원광대학교가 다가올 100년을 지혜롭게 예비하고 더 큰 꿈과 희망을 향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원광가족 여러분, 지금의 시대를 어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올해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올 봄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에 얼마나 가깝게 들어왔는가를 우리는 실감했습니다. 기계들이 서로 정보를 소통하며 최적의 길을 찾아내고, 시장의 요구가 생산과정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며, 인간의 역할이 축소되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원광대학교의 건학정신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것입니다. 100년전 원불교가 이 세상에 던진 절대 화두가 이것이었습니다. 100년 전 근대화의 씨앗이 이 땅에 뿌려지는 선천(先天)의 세상에서 우리는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의 문명사적 과제를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정보화에 이은 새로운 4차 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또 다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건학의 정신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문명의 대전환기에 대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학문을 연마하고 후학을 양성하여 사회에 진출시키는 본연의 임무는 변하지 않았으나, 사회는 대학에 더 많은 역할과 더 복잡한 과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대적 도전과 과제에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시대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21세기의 물질개벽이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고 그 변화의 방향에 맞게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ICT혁명과 융복합의 시대에 이 땅의 젊은이들을 어떻게 준비시킬 것인가를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물질개벽에 대응하는 정신개벽을 어떻게 이끌고 조화시키며 이 시대와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답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두 번째 과제입니다. 놀라운 속도로 다가오는 물질개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사고체계와 정신의 중심을 어떻게 유지하며 조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주인된 정신이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는 마음공부와 수련이 끊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사회적 과제는 공동체의 회복입니다. 원불교 100년의 뿌리는 저축조합과 공동체에 있었습니다. 저축조합을 통해 개인의 빈곤과 가난을 이겨냈고, 공동체의 협동정신을 통해 정신개벽의 진리를 몸으로 실천하며 민족종교의 가치를 세웠습니다. 원광대학교는 이제 청년들에게 공동체의 정신과 원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는 종교와 철학의 문제를 넘어 생활과 삶의 문제에 직결됩니다.

지금의 시대는 100년전 원불교가 출발했던 시대보다 훨씬 더 엄중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청년세대가 시련을 이길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기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시대의 대학에 주어진 절대적인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 가지는 지난 수년간의 성과에 바탕하여 원광대학교를 위한 변화를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수년간 우리는 정부정책과 타 대학의 변화에 맞춰 대학을 바꿔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위한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의생명분야와 농식품을 연계하거나,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공과대학을 융복합의 전진기지로 발전시키는 우리만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실사구시의 사업과 활동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예컨대 마을공동체 사업은 전북의 농촌을 위한 실천모델이기도 하지만 중소도시에서의 마을사업도 매우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대학에서는 서울시와 함께 지역상생 프로그램으로 마을학개론을 열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도시들과 대학으로 파급되고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국가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큰 진전이 이뤄져야 합니다. 청년창업의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대학이 같이 호흡하고 동행하는 실천 프로그램으로 협동조합 운동이 청년들에게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공동체를 존중하고 협동의 가치를 이해하는 운동이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공학의 만남 속에서 원광대학교의 고유한 가치이자 강점으로 만들어지는 변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개교 70주년에 다시 한번 원광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각각 처해있는 조건과 공부가 각각 다르나 마음을 모아 원광대학교의 꽃피울 100년을 같이 만들어 갑시다. “여러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지금은 그 갈래가 비록 다르나 마침내 한 곳으로 모아지는” 만법귀일의 이치를 새삼스럽게 깨우칩니다. 원광가족 모두의 가정에 늘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가 가득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5월 15일

 

학교법인 원광학원 이사장 신명국 합장